사진 | 낫온리북스 (장혜진)
책 소개
사월의눈 열여섯 번째 책 『작업의 방식』은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Stuart Bertolotti-Bailey)가 『돗돗돗』 5호(2003년 4월)에 기고한 ‘작업의 방식’이라는 한 편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이 글에서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저술가인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가 디자인한 네 종의 책인 『다른 방식으로 보기』(1972), 『제7의 인간』(1975), 『고다르: 이미지, 사운드, 정치』(1980) 그리고 『험프리 제닝스: 영화 제작자, 화가, 시인』(1982)을 리처드 홀리스의 고유한 디자인 방법론을 바라보며 비평했다. 『작업의 방식』에는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쓴 글과 함께 홀리스가 디자인한 네 종의 책 표지와 내지를 일부 스캔하여 실었다. 베르톨로티-베일리의 글에 대한 화답으로서 홀리스는 ‘시청각 지면’이라는 글을 보내왔는데, 책에 실린 두 편의 글과 책 스캔 이미지는 상호 참조하며 홀리스의 디자인 방법론을 설명해준다.
“베르톨로티‐베일리는 에세이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유기적으로 엮이는 서술 방식에 주목하며 이에 개입하는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을 기술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회화 도판으로 한정되지 않고, 광고, 포스터, 다큐멘터리 사진, 풍경 사진, 초상 사진, 영화 스틸컷 등 여러 형태의 이미지 ‘조각’들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각 책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러 성격의 글 (에세이, 소설, 인터뷰, 전기 등)과 관계를 맺고 디자이너의 감각과 손에 의해 지면에 배치된다.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지적했듯이, 이 책들은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의 책들이지만 다매체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유통하는 방식, 그 중에서도 책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 두 형태의 정보 채널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례다.”
- 전가경, ‘들어가며’ 중에서
“표면적으로는 ‘사진책’이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진과 텍스트의 직조라는 과제를 스스로 떠안고 있는 사월의눈으로서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직관적으로 포착한 이 네 종의 책들은 강렬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책이라는 공간 안에 잠재된 서사를 예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들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고, 유용한 지침서다. 더더군다나 이 책들은 ‘혼성적 텍스트’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의 민첩하고도 예민한 식견과 감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직조하는 시각적 이야기꾼으로서의 디자이너 상을 보여주고 있다.”
- 전가경, ‘들어가며’ 중에서
강한 흑백으로 연출된 두 편의 글과 책 이미지 사이에 노란 색지에 인쇄된 한 편의 글은 그 자체로 제3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북디자이너 김동신은 ‘번역을 통해서 본 리처드 홀리스의 북디자인’이라는 글에서 언어의 번역(영어-한국어)과 디자인의 번역(라틴 알파벳-한글)에 대해 고민한다. 국내에 번역된 『다른 방식으로 보기』(열화당, 2012)와 『제7의 인간』(눈빛, 2004) 한국어판을 홀리스가 디자인한 영문판과 비교하며 둘 사이의 간극을 느낀다.
『작업의 방식』을 출간하며 우리는 리처드 홀리스가 디자인한 존 버저(John Berger)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려고 한다. 존 버저는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외 저자 중 한 명인 만큼 많이 읽힌 저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 관한 대부분의 이해는 그가 쓴 글의 내용에 집중되었고 그 결과 책에서 시도한 독특한 이야기 구성 방식이나 사진가 /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작업의 방식』은 북디자인이 저자와 디자이너의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책 속으로
“디자이너 홀리스를 포함하여 버저의 지인으로 구성된 별난 팀이 만든 이 프로그램의 책 버전은 이전 책에서부터 이미 히트 조짐이 보였던 생각의 결실이었다. 엄밀히 말해 책의 본문은 표지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개성 강한 면모와 거침없는 관점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이미지로만 구성된 난해한 챕터 그리고 하이픈이 적용되지 않은 볼드한 활자체로 구성된 강한 오른쪽 흘리기는 책의 이러한 면모를 보다 강화시켰는데, 이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단절되고 배치된 것이다. 이미지는 텍스트가 언급하는 지점에 바로 등장했고, 이미지 크기는 깊은 들여쓰기에 따라 왼쪽 가장자리를 먼저 정렬한 후 가운데 맞춤으로써 조정했다. 이로 인해 글과 이미지간의 균등한 위계를 강화했다.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는 TV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버저의 보이스오버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밑바탕이 되었고, 이는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영화 한 편을 스크롤하는 행위와 유사했다.”
-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 ‘작업의 방식’ 중에서
“네 권의 책에 개입한 홀리스와 여러 저자 및 편집자 간에는 깊은 상호 신뢰가 있었다. 이 일련의 작업은 의뢰인이 홀리스의 디자인 작업의 의미와 흥미로움을 인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 책 작업에서 작업자들간의 관계는 홀리스의 접근방식에 기초해 구축되었다. 절대적인 이해와 의기투합 덕분에 마지막 결과물은 구성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걸 성취할 수 있었다. 주제에 대한 해박함과 이에 대한 저자의 관계를 밑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공동의 모색은 끈끈한 협업 관계의 기초다. 이로 인해 책은 편집자 혹은 디자이너 중심이 되기 보다는, 제 3의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 ‘작업의 방식’ 중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오프셋으로, 텍스트는 사진 식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미지를 수평으로 배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그리드가 없었다. 텍스트 영역에서 이미지가 지면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깊게 들여쓰기한 단락은 왼쪽 정렬 이미지를 배치하기 위한 지침이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이미지는 판면의 중앙 쪽으로 더 가까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것은 대칭 (중앙정렬된 표지에서의 글자와 이미지) 과 비대칭 (본문에서는 왼쪽 맞춤의 텍스트 단) 의 혼합된 형태였다. 본문 각 장에서 첫 단어가 시작하는 지점과 첫 이미지가 시작하는 위치는 고정되어 반복되었다. 이러한 원칙은 표지에서부터 명확히 구축되었다.”
- 리처드 홀리스, ‘시청각 지면’ 중에서
“표지에 드러나는 대칭과 비대칭의 혼용은 이 책에 적용된 느슨한 타이포그래피 운용의 맛보기였다. 이것은 내가 디자인한 네 권의 책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 리처드 홀리스, ‘시청각 지면’ 중에서
“이상의 내용은 라틴 알파벳이 우월하다는 근거도 한글이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불리하다는 증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직역의 불가능성이 선명하게 노출되는 지점이야말로 보다 비관습적인 디자인,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동적 등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원서의 시퀀스를 성실하게 재현함으로써 텍스트 내용에 있어서의 동일성은 확보했으나 그 외의 형식적 특성들은 번역의 대상에서 탈락시킴으로써 미완의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이처럼 디자인의 번역이 필요한 텍스트가 과제로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관습의 골짜기로 빠지지 않으면서 가독성을 확보하고, 원서가 지녔던 것만큼의 미적인 즐거움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 김동신, ‘번역을 통해서 본 리처드 홀리스의 북디자인’ 중에서
저자 약력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
1957년도부터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런던 소재 미술 대학의 학생이자 교사이기도 했다. 예술가들을 위한 인쇄공이자 잡지 아트에디터, 북디자이너, 제작 관리자 그리고 출판인으로 일했으며, 파리에서는 라파예트 갤러리의 홍보물을 디자인했다. 영국과 유럽에 소재한 디자인 교육 기관의 교사이자 강사로 재직했다. 2012~2013년에는 순회전 ‘리처드 홀리스: 레트로스펙티브’가 열렸다. 책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1994; 한국어판 2000),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2006; 한국어판 2007), 『그래픽 디자인에 관하여』(2012) 및 『앙리 반 데 벨데: 디자이너로서의 예술가』(2019)를 썼다.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Stuart Bertolotti-Bailey)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 저술가이자 출판인으로서 런던 컨템포러리 아츠 인스티튜트 (ICA)의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 거주한다. 2000년 비관습적인 예술 잡지 『돗돗돗』을 공동 발행했으며, 디자인 듀오 덱스터 시니스터의 2분의 1이자, 아카이빙/출판 플랫폼인 더 서빙 라이브러리의 4분의 1의 몫을 담당하고 있다.
김동신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동신사를 운영하면서 디자인, 기획, 글쓰기, 강의 등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의 역사』(2018), 『이 시대의 사랑』(2020),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1) 등의 책을 디자인하였으며, 2015년부터 ‘인덱스카드 인덱스’ 연작을 만들고 있다. 2018, 2019년 동시대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전시 ‘Open Recent Graphic Design’에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했다.
사진 | 낫온리북스 (장혜진)
책 소개
사월의눈 열여섯 번째 책 『작업의 방식』은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Stuart Bertolotti-Bailey)가 『돗돗돗』 5호(2003년 4월)에 기고한 ‘작업의 방식’이라는 한 편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이 글에서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저술가인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가 디자인한 네 종의 책인 『다른 방식으로 보기』(1972), 『제7의 인간』(1975), 『고다르: 이미지, 사운드, 정치』(1980) 그리고 『험프리 제닝스: 영화 제작자, 화가, 시인』(1982)을 리처드 홀리스의 고유한 디자인 방법론을 바라보며 비평했다. 『작업의 방식』에는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쓴 글과 함께 홀리스가 디자인한 네 종의 책 표지와 내지를 일부 스캔하여 실었다. 베르톨로티-베일리의 글에 대한 화답으로서 홀리스는 ‘시청각 지면’이라는 글을 보내왔는데, 책에 실린 두 편의 글과 책 스캔 이미지는 상호 참조하며 홀리스의 디자인 방법론을 설명해준다.
“베르톨로티‐베일리는 에세이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유기적으로 엮이는 서술 방식에 주목하며 이에 개입하는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을 기술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회화 도판으로 한정되지 않고, 광고, 포스터, 다큐멘터리 사진, 풍경 사진, 초상 사진, 영화 스틸컷 등 여러 형태의 이미지 ‘조각’들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각 책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러 성격의 글 (에세이, 소설, 인터뷰, 전기 등)과 관계를 맺고 디자이너의 감각과 손에 의해 지면에 배치된다.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지적했듯이, 이 책들은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의 책들이지만 다매체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유통하는 방식, 그 중에서도 책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 두 형태의 정보 채널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례다.”
- 전가경, ‘들어가며’ 중에서
“표면적으로는 ‘사진책’이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진과 텍스트의 직조라는 과제를 스스로 떠안고 있는 사월의눈으로서 베르톨로티-베일리가 직관적으로 포착한 이 네 종의 책들은 강렬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책이라는 공간 안에 잠재된 서사를 예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들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고, 유용한 지침서다. 더더군다나 이 책들은 ‘혼성적 텍스트’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의 민첩하고도 예민한 식견과 감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직조하는 시각적 이야기꾼으로서의 디자이너 상을 보여주고 있다.”
- 전가경, ‘들어가며’ 중에서
강한 흑백으로 연출된 두 편의 글과 책 이미지 사이에 노란 색지에 인쇄된 한 편의 글은 그 자체로 제3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북디자이너 김동신은 ‘번역을 통해서 본 리처드 홀리스의 북디자인’이라는 글에서 언어의 번역(영어-한국어)과 디자인의 번역(라틴 알파벳-한글)에 대해 고민한다. 국내에 번역된 『다른 방식으로 보기』(열화당, 2012)와 『제7의 인간』(눈빛, 2004) 한국어판을 홀리스가 디자인한 영문판과 비교하며 둘 사이의 간극을 느낀다.
『작업의 방식』을 출간하며 우리는 리처드 홀리스가 디자인한 존 버저(John Berger)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려고 한다. 존 버저는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외 저자 중 한 명인 만큼 많이 읽힌 저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 관한 대부분의 이해는 그가 쓴 글의 내용에 집중되었고 그 결과 책에서 시도한 독특한 이야기 구성 방식이나 사진가 /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작업의 방식』은 북디자인이 저자와 디자이너의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책 속으로
“디자이너 홀리스를 포함하여 버저의 지인으로 구성된 별난 팀이 만든 이 프로그램의 책 버전은 이전 책에서부터 이미 히트 조짐이 보였던 생각의 결실이었다. 엄밀히 말해 책의 본문은 표지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개성 강한 면모와 거침없는 관점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이미지로만 구성된 난해한 챕터 그리고 하이픈이 적용되지 않은 볼드한 활자체로 구성된 강한 오른쪽 흘리기는 책의 이러한 면모를 보다 강화시켰는데, 이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단절되고 배치된 것이다. 이미지는 텍스트가 언급하는 지점에 바로 등장했고, 이미지 크기는 깊은 들여쓰기에 따라 왼쪽 가장자리를 먼저 정렬한 후 가운데 맞춤으로써 조정했다. 이로 인해 글과 이미지간의 균등한 위계를 강화했다.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는 TV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버저의 보이스오버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밑바탕이 되었고, 이는 사운드트랙을 들으면서 영화 한 편을 스크롤하는 행위와 유사했다.”
-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 ‘작업의 방식’ 중에서
“네 권의 책에 개입한 홀리스와 여러 저자 및 편집자 간에는 깊은 상호 신뢰가 있었다. 이 일련의 작업은 의뢰인이 홀리스의 디자인 작업의 의미와 흥미로움을 인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 책 작업에서 작업자들간의 관계는 홀리스의 접근방식에 기초해 구축되었다. 절대적인 이해와 의기투합 덕분에 마지막 결과물은 구성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걸 성취할 수 있었다. 주제에 대한 해박함과 이에 대한 저자의 관계를 밑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공동의 모색은 끈끈한 협업 관계의 기초다. 이로 인해 책은 편집자 혹은 디자이너 중심이 되기 보다는, 제 3의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 ‘작업의 방식’ 중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오프셋으로, 텍스트는 사진 식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미지를 수평으로 배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그리드가 없었다. 텍스트 영역에서 이미지가 지면의 중심에 위치하도록 깊게 들여쓰기한 단락은 왼쪽 정렬 이미지를 배치하기 위한 지침이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이미지는 판면의 중앙 쪽으로 더 가까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것은 대칭 (중앙정렬된 표지에서의 글자와 이미지) 과 비대칭 (본문에서는 왼쪽 맞춤의 텍스트 단) 의 혼합된 형태였다. 본문 각 장에서 첫 단어가 시작하는 지점과 첫 이미지가 시작하는 위치는 고정되어 반복되었다. 이러한 원칙은 표지에서부터 명확히 구축되었다.”
- 리처드 홀리스, ‘시청각 지면’ 중에서
“표지에 드러나는 대칭과 비대칭의 혼용은 이 책에 적용된 느슨한 타이포그래피 운용의 맛보기였다. 이것은 내가 디자인한 네 권의 책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 리처드 홀리스, ‘시청각 지면’ 중에서
“이상의 내용은 라틴 알파벳이 우월하다는 근거도 한글이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불리하다는 증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직역의 불가능성이 선명하게 노출되는 지점이야말로 보다 비관습적인 디자인,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동적 등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원서의 시퀀스를 성실하게 재현함으로써 텍스트 내용에 있어서의 동일성은 확보했으나 그 외의 형식적 특성들은 번역의 대상에서 탈락시킴으로써 미완의 성공을 거뒀다. 그렇다면 이처럼 디자인의 번역이 필요한 텍스트가 과제로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관습의 골짜기로 빠지지 않으면서 가독성을 확보하고, 원서가 지녔던 것만큼의 미적인 즐거움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
- 김동신, ‘번역을 통해서 본 리처드 홀리스의 북디자인’ 중에서
저자 약력
리처드 홀리스(Richard Hollis)
1957년도부터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런던 소재 미술 대학의 학생이자 교사이기도 했다. 예술가들을 위한 인쇄공이자 잡지 아트에디터, 북디자이너, 제작 관리자 그리고 출판인으로 일했으며, 파리에서는 라파예트 갤러리의 홍보물을 디자인했다. 영국과 유럽에 소재한 디자인 교육 기관의 교사이자 강사로 재직했다. 2012~2013년에는 순회전 ‘리처드 홀리스: 레트로스펙티브’가 열렸다. 책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1994; 한국어판 2000),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2006; 한국어판 2007), 『그래픽 디자인에 관하여』(2012) 및 『앙리 반 데 벨데: 디자이너로서의 예술가』(2019)를 썼다.
스튜어트 베르톨로티-베일리(Stuart Bertolotti-Bailey)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 저술가이자 출판인으로서 런던 컨템포러리 아츠 인스티튜트 (ICA)의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 거주한다. 2000년 비관습적인 예술 잡지 『돗돗돗』을 공동 발행했으며, 디자인 듀오 덱스터 시니스터의 2분의 1이자, 아카이빙/출판 플랫폼인 더 서빙 라이브러리의 4분의 1의 몫을 담당하고 있다.
김동신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동신사를 운영하면서 디자인, 기획, 글쓰기, 강의 등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의 역사』(2018), 『이 시대의 사랑』(2020),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1) 등의 책을 디자인하였으며, 2015년부터 ‘인덱스카드 인덱스’ 연작을 만들고 있다. 2018, 2019년 동시대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전시 ‘Open Recent Graphic Design’에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