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하식애, 왕버들군락, 얼룩새코미꾸리, 청둥오리, 좀목형군락... 저마다 개성 넘치는 금호강 팔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기 고라니는 늦잠을 자느라 오늘도 지각이다. 팔현습지로 이사 온 한해살이풀, 담비와 인사를 나누고, 화기애애하게 반상회가 흘러간다.
그런데 슬쩍 반상회에 나타난 붉은귀거북! 순식간에 반상회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반상회에서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 반상회 마지막 안건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어울려 살고 있는 팔현습지에 닥친 암울한 소식이다. 위태로운 운명 속 팔현 식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금호강 디디다' 다섯 예술인이 기획한 그림대본집 『팔현 반상회』.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는 각자의 모습과 표현 방법이 다를 뿐 그저 모두가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으며, 그곳을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감히 인간의 언어로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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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41.6㎞ 길이로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대구 시민이라면 안 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숙한 도심 하천이다. 이런 금호강에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한다. 2029년까지 5,400억 원을 투입하여 금호강 곳곳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은 금호강에서 방치되고 비어 있는 곳을 공사해서 보기 좋게 만들겠다고 한다. 금호강에는 수달, 수리부엉이, 삵 같은 야생동물이 살고, 겨울이면 큰고니 같은 철새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금호강을 비어 있는 곳라고 할 수 있을까.
금호강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생명평화아시아에서는 금호강 생태를 조사,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리가 들어서고, 물놀이장이 생기고, 밖에서 가져온 꽃을 심으면 확실히 금호강 생태는 지금과는 달라질 테다. 이런 연유로 식생앤생태연구소 이정아 박사님과는 금호강 식생 및 식물상 조사를, 산에들에생태연구소 김정태 박사님과는 금호강 조류 조사를 함께했다. 금호강의 자연성을 발견하고, 향후 금호강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자 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죽음의 강에서 살아난 금호강을 그대로 지키자고 외치는 것은 다수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개발 논리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감감, 당근, 아로, 안경, 지구를 만났다. ‘금호강 디디다’를 결성한 다섯 예술인은 틈만 나면 금호강에 있을 정도로 자주 금호강을 찾았다. 그리고 각자가 발견한 금호강을 성실히 예술로 담았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다루는 시도를 해오는 것은 예술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다룬 예술가의 작업물은 감상자가 스스로 그 문제의식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다수의 존재야 말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다. ‘금호강 디디다’는 예술을 거쳐 금호강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내주었다.
그림대본집 〈팔현 반상회〉는 대구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쪽 금호강에 형성된 팔현습지가 배경이다. 대본에는 왜가리, 하식애, 할머니 나무, 버드나무 군락 등이 등장하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대사를 읽고 있으니 나도 마치 팔현습지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반상회 자리에 참석한 것만 같다. 팔현습지의 진짜 모습을 안다면 어찌 그곳을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내려고 밀어 버리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팔현 반상회〉를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들께서 금호강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금호강 팔현습지가 얼마나 빽빽하게 다채로운 곳인지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팔현습지에 있는 저마다의 존재에게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
왜가리, 하식애, 왕버들군락, 얼룩새코미꾸리, 청둥오리, 좀목형군락... 저마다 개성 넘치는 금호강 팔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기 고라니는 늦잠을 자느라 오늘도 지각이다. 팔현습지로 이사 온 한해살이풀, 담비와 인사를 나누고, 화기애애하게 반상회가 흘러간다.
그런데 슬쩍 반상회에 나타난 붉은귀거북! 순식간에 반상회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 반상회에서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 반상회 마지막 안건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어울려 살고 있는 팔현습지에 닥친 암울한 소식이다. 위태로운 운명 속 팔현 식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금호강 디디다' 다섯 예술인이 기획한 그림대본집 『팔현 반상회』.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는 각자의 모습과 표현 방법이 다를 뿐 그저 모두가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으며, 그곳을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감히 인간의 언어로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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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41.6㎞ 길이로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대구 시민이라면 안 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숙한 도심 하천이다. 이런 금호강에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한다. 2029년까지 5,400억 원을 투입하여 금호강 곳곳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은 금호강에서 방치되고 비어 있는 곳을 공사해서 보기 좋게 만들겠다고 한다. 금호강에는 수달, 수리부엉이, 삵 같은 야생동물이 살고, 겨울이면 큰고니 같은 철새가 찾아온다. 그럼에도 금호강을 비어 있는 곳라고 할 수 있을까.
금호강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생명평화아시아에서는 금호강 생태를 조사,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리가 들어서고, 물놀이장이 생기고, 밖에서 가져온 꽃을 심으면 확실히 금호강 생태는 지금과는 달라질 테다. 이런 연유로 식생앤생태연구소 이정아 박사님과는 금호강 식생 및 식물상 조사를, 산에들에생태연구소 김정태 박사님과는 금호강 조류 조사를 함께했다. 금호강의 자연성을 발견하고, 향후 금호강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자 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죽음의 강에서 살아난 금호강을 그대로 지키자고 외치는 것은 다수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개발 논리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감감, 당근, 아로, 안경, 지구를 만났다. ‘금호강 디디다’를 결성한 다섯 예술인은 틈만 나면 금호강에 있을 정도로 자주 금호강을 찾았다. 그리고 각자가 발견한 금호강을 성실히 예술로 담았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다루는 시도를 해오는 것은 예술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다룬 예술가의 작업물은 감상자가 스스로 그 문제의식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다수의 존재야 말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다. ‘금호강 디디다’는 예술을 거쳐 금호강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내주었다.
그림대본집 〈팔현 반상회〉는 대구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쪽 금호강에 형성된 팔현습지가 배경이다. 대본에는 왜가리, 하식애, 할머니 나무, 버드나무 군락 등이 등장하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대사를 읽고 있으니 나도 마치 팔현습지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반상회 자리에 참석한 것만 같다. 팔현습지의 진짜 모습을 안다면 어찌 그곳을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내려고 밀어 버리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팔현 반상회〉를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들께서 금호강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금호강 팔현습지가 얼마나 빽빽하게 다채로운 곳인지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팔현습지에 있는 저마다의 존재에게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 이명은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