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최용준 사진가의 첫 사진책 『Location』의 개정증보판을 새롭게 선보인다. 초판 『Location』은 작가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한 동아시아 대도시의 건축적 단면들을 담은 사진책으로서 그래픽적 평면성, 파스텔과 원색의 발랄한 색감, 익명성의 도시 공간 등을 특징으로 했다. 도시 건축물 사이에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포토제닉한 조형언어로 담아내는 최용준 작가의 미감은 고밀도 동아시아 도시공간에 대한 참신한 환기다. 개정증보판에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서울, 도쿄, LA 등지에서 촬영된 11점의 사진이 더해졌으며, 건축가 듀오 임지선 & 전현배의 에세이를 보탬으로써 사진의 건축적 의미를 짚어보았다. 기존 초판본에 수록된 사진과 추가된 사진 간의 ‘조형적’ 틈새를 읽어내는 재미 또한 발견할 수 있는 개정증보판이다.
최용준 작가는 ‘포토제닉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구글어스나 3D 지도를 사용한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았던 건축물과 도시를 최용준 작가는 기기가 제공하는 영상적 시선에서 먼저 바라보고 포착한다. 그의 사진들이 익숙한 도시의 표면을 훑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생경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는 이런 ‘로케이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촬영 과정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책에는 작가가 로케이션 과정에서 수집한 스크린 캡처 이미지 일부를 실었다.
최용준 작가의 사진을 다층적으로 읽어내기 위해 영상 이론 및 건축 두 분야의 전문가가 글쓴이로 참여했다. 김지훈 교수는 「‘보는 기계’와 인간적 응시 사이에서 본 도시」에서 디지털 지도를 통한 로케이션이 지니는 기계적 응시의 의미를 최용준 사진가의 사진에서 발견했으며, 임지선 & 전현배 건축가 듀오는 「도시의 파편, 유형 그리고 환경」에서 최용준 작가의 사진상 표면에 드러나는 건축적 특질을 해시태깅과 인덱스라는 방법론을 동원해 독해했다.
총 64장의 사진들이 수록되었으며, 이 중에는 낱장의 포스터로도 활용할 수 있는 총 8장도 포함되어 있다. 차례 페이지와 인덱스 페이지가 삽지 형식으로 제공된다.
김지훈, 「‘보는 기계’와 인간적 응시 사이에서 본 도시」 중 —
한국과 일본의 도시 경관을 폭넓게 조망한 최용준의 사진이 취하는 원천인 3D 지도용 항공사진 또한 ‘수직성의 지배’라는 환상을 환기하면서 관람자의 안정적인 조망을 동요시킨다. 그러나 45도라는 각도는 우리가 구글 어스 등을 활용할 때 가상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완전한 수직 낙하의 조망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 높이는 여전히 안정적인 관찰 위치를 고수하는 인간적 주체의 응시와 ‘보는 기계'가 생산하는 비인간적이고도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절대적 수직성의 응시가 만나고 경쟁하는 조망일 지도 모른다. 최용준의 카메라가 도시의 파노라마와 디테일을 포착하면서도 추상적인 모호성과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조망의 지점, 기계적 응시와 인간적 응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임지선 & 전현배, 「도시의 파편, 유형 그리고 환경」 중 —
작가가 도심을 탐색하며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하고 촬영하는 행위는 1950년대 프랑스에서 등정한 심리지리학 (Psychogeography)과 유사한 면이 있다. 나날이 산업화되어 가던 도시환경에 대한 비판으로 기 드보르(Guy Debord)는 지리 환경과 장소가 개인의 감정, 행동 및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지리학을 제안하였다. 그는 지도 만들기(mapping), 사진 및 도심을 활보하며 일상 속 숨은 장소와 도시의 단면들을 재발견하는 유희적 행위를 주된 연구 방법으로 장려하였는데, 이는 최용준 작가가 도심을 직접 걷거나 가상현실을 통해 흥미로운 장소나 광경을 탐색하며 발견하고, 이를 사진에 담아냄으로써 도시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의 여러 단면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점과 유사하다. -중략- 그가 담은 도시환경의 단상은 보는 이에게 여러 생각과 해석을 유발함과 동시에 그들을 ‘Location’의 어원인 ‘locus’, 즉 특정한 장소로 귀환시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환경에 대한 여러 생각을 자극한다. 매일 지나쳐버리는 건물 사이 또는 그 표면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광경을 담은 그의 사진은 도심 속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부재가 우리로 하여금 주변을 상상하고 재발견하도록 만든다. 작가가 제공하는 이러한 유희적 과정이 우리가 살고 싶은 환경 또는 ‘Location’은 과연 무엇이며, 동시에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작가 소개
최용준 | https://www.instagram.com/___yjc/
최용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다. 사용자에게 개방된 지도 애플리케이션, 위성 뷰 등을 이용해 도시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Location> 연작은 이렇게 발견한, 그리고 이러한 정밀한 과정을 거쳐 특정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작업물이다. 이때 공통의 조형 양식 속에서 탄생한 보다 작은 스케일의 이미지 조각을 <Elements>라는 이름으로 변별하고 있다.
⟪Super-fine: 가벼운 사진술⟫(2021, 일민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여러 매체 및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
책 소개
최용준 사진가의 첫 사진책 『Location』의 개정증보판을 새롭게 선보인다. 초판 『Location』은 작가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한 동아시아 대도시의 건축적 단면들을 담은 사진책으로서 그래픽적 평면성, 파스텔과 원색의 발랄한 색감, 익명성의 도시 공간 등을 특징으로 했다. 도시 건축물 사이에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포토제닉한 조형언어로 담아내는 최용준 작가의 미감은 고밀도 동아시아 도시공간에 대한 참신한 환기다. 개정증보판에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서울, 도쿄, LA 등지에서 촬영된 11점의 사진이 더해졌으며, 건축가 듀오 임지선 & 전현배의 에세이를 보탬으로써 사진의 건축적 의미를 짚어보았다. 기존 초판본에 수록된 사진과 추가된 사진 간의 ‘조형적’ 틈새를 읽어내는 재미 또한 발견할 수 있는 개정증보판이다.
최용준 작가는 ‘포토제닉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구글어스나 3D 지도를 사용한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았던 건축물과 도시를 최용준 작가는 기기가 제공하는 영상적 시선에서 먼저 바라보고 포착한다. 그의 사진들이 익숙한 도시의 표면을 훑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생경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는 이런 ‘로케이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촬영 과정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책에는 작가가 로케이션 과정에서 수집한 스크린 캡처 이미지 일부를 실었다.
최용준 작가의 사진을 다층적으로 읽어내기 위해 영상 이론 및 건축 두 분야의 전문가가 글쓴이로 참여했다. 김지훈 교수는 「‘보는 기계’와 인간적 응시 사이에서 본 도시」에서 디지털 지도를 통한 로케이션이 지니는 기계적 응시의 의미를 최용준 사진가의 사진에서 발견했으며, 임지선 & 전현배 건축가 듀오는 「도시의 파편, 유형 그리고 환경」에서 최용준 작가의 사진상 표면에 드러나는 건축적 특질을 해시태깅과 인덱스라는 방법론을 동원해 독해했다.
총 64장의 사진들이 수록되었으며, 이 중에는 낱장의 포스터로도 활용할 수 있는 총 8장도 포함되어 있다. 차례 페이지와 인덱스 페이지가 삽지 형식으로 제공된다.
김지훈, 「‘보는 기계’와 인간적 응시 사이에서 본 도시」 중 —
한국과 일본의 도시 경관을 폭넓게 조망한 최용준의 사진이 취하는 원천인 3D 지도용 항공사진 또한 ‘수직성의 지배’라는 환상을 환기하면서 관람자의 안정적인 조망을 동요시킨다. 그러나 45도라는 각도는 우리가 구글 어스 등을 활용할 때 가상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완전한 수직 낙하의 조망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 높이는 여전히 안정적인 관찰 위치를 고수하는 인간적 주체의 응시와 ‘보는 기계'가 생산하는 비인간적이고도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절대적 수직성의 응시가 만나고 경쟁하는 조망일 지도 모른다. 최용준의 카메라가 도시의 파노라마와 디테일을 포착하면서도 추상적인 모호성과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조망의 지점, 기계적 응시와 인간적 응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임지선 & 전현배, 「도시의 파편, 유형 그리고 환경」 중 —
작가가 도심을 탐색하며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하고 촬영하는 행위는 1950년대 프랑스에서 등정한 심리지리학 (Psychogeography)과 유사한 면이 있다. 나날이 산업화되어 가던 도시환경에 대한 비판으로 기 드보르(Guy Debord)는 지리 환경과 장소가 개인의 감정, 행동 및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지리학을 제안하였다. 그는 지도 만들기(mapping), 사진 및 도심을 활보하며 일상 속 숨은 장소와 도시의 단면들을 재발견하는 유희적 행위를 주된 연구 방법으로 장려하였는데, 이는 최용준 작가가 도심을 직접 걷거나 가상현실을 통해 흥미로운 장소나 광경을 탐색하며 발견하고, 이를 사진에 담아냄으로써 도시인들이 살고 있는 환경의 여러 단면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점과 유사하다. -중략- 그가 담은 도시환경의 단상은 보는 이에게 여러 생각과 해석을 유발함과 동시에 그들을 ‘Location’의 어원인 ‘locus’, 즉 특정한 장소로 귀환시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환경에 대한 여러 생각을 자극한다. 매일 지나쳐버리는 건물 사이 또는 그 표면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광경을 담은 그의 사진은 도심 속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부재가 우리로 하여금 주변을 상상하고 재발견하도록 만든다. 작가가 제공하는 이러한 유희적 과정이 우리가 살고 싶은 환경 또는 ‘Location’은 과연 무엇이며, 동시에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작가 소개
최용준 | https://www.instagram.com/___yjc/
최용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다. 사용자에게 개방된 지도 애플리케이션, 위성 뷰 등을 이용해 도시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Location> 연작은 이렇게 발견한, 그리고 이러한 정밀한 과정을 거쳐 특정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작업물이다. 이때 공통의 조형 양식 속에서 탄생한 보다 작은 스케일의 이미지 조각을 <Elements>라는 이름으로 변별하고 있다.
⟪Super-fine: 가벼운 사진술⟫(2021, 일민미술관),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202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여러 매체 및 디자이너와 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