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직전의 2020년 봄, 한 사진가가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촬영 중간 자유 시간, 그는 서퍼들의 성지 반자이 파이프라인을 찾았습니다. 하와이 출신 서퍼 존 존 플로렌스의 팬이었던 그에겐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머무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드론을 띄우고,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발자국이 찍힌 모래사장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가을, 디자이너 두 사람이 사진가의 작업실에 방문했습니다. 셋은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문득 디자이너 한 사람이 "요즘 재밌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고, 사진가는 하와이에서 찍은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사진을 모니터에 한 장, 한 장 띄워 보여줬습니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말했습니다. "이 사진들,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밀크쉐이크>에는 사진과 함께 박지수(보스토크 편집장)의 리뷰와 김종소리(물질과비물질)의 짧은 소설을 담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서퍼들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 '밀크쉐이크'에서 따왔습니다.
작가 소개
조재무 | 정직한 마음으로 파인더 안의 수직과 수평을 맞추려 노력한다.
리뷰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중에서, 박지수(보스토크 편집장)
'밀크쉐이크'라는 제목의 사진책을 펼친다면,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왼쪽 페이지는 비워져 있고, 사진은 모두 오른쪽 페이지에만 있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키고 사진을 바라보면, 또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달리해서 보면, 마치 플립북이나 스톱 모션처럼 바다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움직이는 파도는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사장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국을 덮는다. 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핑보드에 의지해 수면 위에 떠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들어올린다. 또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로 부딪쳐 하얀 거품이 된다. 황금빛 모래사장도, 에메랄드빛 바다도, 작은 점처럼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서퍼들도 모두 뒤섞여 하얗게 부서진다. 마치 밀크쉐이크처럼. 이렇게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킨 채 파도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가장 생동감 있게 사진책을 볼 수 있다. 그 몰입감의 절정은 모든 움직임을, 그 장면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환상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이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사진은 '그때 거기'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게 저 멀리 떨어진 하와이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풍경을 눈앞으로 불러온다.
책 소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직전의 2020년 봄, 한 사진가가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촬영 중간 자유 시간, 그는 서퍼들의 성지 반자이 파이프라인을 찾았습니다. 하와이 출신 서퍼 존 존 플로렌스의 팬이었던 그에겐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머무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드론을 띄우고,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발자국이 찍힌 모래사장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가을, 디자이너 두 사람이 사진가의 작업실에 방문했습니다. 셋은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문득 디자이너 한 사람이 "요즘 재밌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고, 사진가는 하와이에서 찍은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사진을 모니터에 한 장, 한 장 띄워 보여줬습니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말했습니다. "이 사진들,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밀크쉐이크>에는 사진과 함께 박지수(보스토크 편집장)의 리뷰와 김종소리(물질과비물질)의 짧은 소설을 담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서퍼들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 '밀크쉐이크'에서 따왔습니다.
작가 소개
조재무 | 정직한 마음으로 파인더 안의 수직과 수평을 맞추려 노력한다.
리뷰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중에서, 박지수(보스토크 편집장)
'밀크쉐이크'라는 제목의 사진책을 펼친다면, 당신은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켜도 좋다. 왼쪽 페이지는 비워져 있고, 사진은 모두 오른쪽 페이지에만 있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키고 사진을 바라보면, 또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달리해서 보면, 마치 플립북이나 스톱 모션처럼 바다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움직이는 파도는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사장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국을 덮는다. 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핑보드에 의지해 수면 위에 떠있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들어올린다. 또다시 움직이는 파도는 서로 부딪쳐 하얀 거품이 된다. 황금빛 모래사장도, 에메랄드빛 바다도, 작은 점처럼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서퍼들도 모두 뒤섞여 하얗게 부서진다. 마치 밀크쉐이크처럼. 이렇게 오른쪽 페이지에만 눈을 고정시킨 채 파도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면, 가장 생동감 있게 사진책을 볼 수 있다. 그 몰입감의 절정은 모든 움직임을, 그 장면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환상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이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사진은 '그때 거기'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게 저 멀리 떨어진 하와이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풍경을 눈앞으로 불러온다.